[리뷰] 달콤한 인생, 왜? 로 시작하는 비극

2009/11/22 12:08
채널을 돌리면서 우연찮게 보게되든, 찾아서 보게되든 자주 보게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주 보게되는 영화들 중에는 '아 또 보네..' 싶으면서도 영화의 스탭롤이 올라갈때까지 다시 보게끔 만드는 블랙홀과 같은 영화들이 있죠. 그런 영화야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제게 그런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달콤한 인생을 꼽겠습니다.


김실장은 강사장의 조직 밑에서 일하는 수완좋은 일급 요원이자 관리급입니다. 깔끔하니 일도 잘 처리하여 강사장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죠. 하지만 강사장이 김실장에게 자신의 애인 관리를 지명한 순간부터 뭔가가 어긋납니다. 강사장의 애인은 다른 정부가 있었고 정부와의 관계를 끊어버린 후 이를 강사장에게 비밀로 덮어준 김실장에게 분노한 강사장은 김실장을 가만 놔두질 않습니다. 각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돠 의도된 편집과 연출로 영화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이는 영화를 감상하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의 테이스트를 풍기게해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달콤한 인생은 내용상 폭력 조직의 이야기를 어둡고 굵은 톤으로 그려낸 느와르물이라고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감상으론 이 영화에서 조직과 그에 따라붙는 폭력적 이야기는 두 인물의 인간관계가 깨져가는 과정을 과장되고 드라마틱하게, 다른 표현으로 생동감있게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해 보입니다. 김실장의 손목이 날아가고 총탄이 강사장에게 박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두 인물의 갈등 고조와 그에 따른 관계의 절단 과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그려지는 조직 생활은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굵고 잔인하지만 한편으론 깔끔하고 세련되보이기까지 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구요.


이 영화가 상영시간 내도록 제시하는 키워드는 바로 '왜?' 입니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요? 라고 묻는 두 인물간의 질문은 당사자들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깊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알듯하면서도 모를것 같고 알듯한 그 이유라 할지라도 그 알듯한 내용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두 대사는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고 모든 내용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김용철이 말하는 왜 그랬어? 는 특히 따라가하기도 쉽고 머리에 깊게 새겨지는 대사인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이든 인간 관계에서 한쪽이 신뢰에 의심을 가지게 되면 당연히 드는 의문이 바로 '왜?' 입니다. 저녀석이 나한테 왜 저러지?, 혹은 왜 그런 행동을 해서 날 힘들게하지? 뭐 이런 의문들이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갈등과 소통이 이뤄질 수도 있고 그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 관계가 깨져버리기도 합니다만, 갈등과 소통이 이뤄진다면 그 왜? 란 물음에 대한 확인이 보통 이뤄지는 것이 순서이고 그 의문 풀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깨지는 인간 관계를 달콤한 인생은 극단적이지만 단계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특히 신뢰적 관계일수록 다시 한번 물어보고 물어보고.. 하지만 결국 두사람은 서로에게 납득하지 못한체 파국을 맞이하죠.


영화가 말하는 왜? 라는 의문과 풀이에 대한 소감이라면 결국 적당히.. 란 말이 떠오릅니다. 신뢰가 깨진 이상 서로가 함께할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문에 너무 집착하여 지나친 다그침과 보복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결국 그 상처가 자신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제 나름의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신뢰를 무너뜨린 당사자라면 최소한 상대의 왜? 라는 물음에 진솔한 반응을 보여줘야 서로간의 상처만 남는 파국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함께요. 최초 강사장의 물음에 김실장이 멍때리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면 과연 그 둘의 관계가 그런식으로 결말이 났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스갯 소리 하나 하자면 여성분들은 괜히 실없이 아무 남자에게나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지 마세요. 결국 그 웃음하나로 두 남자의 인생이 엉뚱하게 훅 가버렸으니까요. 한가지 영화의 마무리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내용 자체가 현실적 영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특히 허무할정도로 한방에 훅훅 떨어져나가는 대부분의 인물들에 비해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태의 종반 액션씬의 인물들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그것까지도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을 훅 쓸어담아 순식간에 비중있는 인물로 승격한 에릭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까메오 출연이 좋다곤 하지만 그 까메오 출연을 너무 빛내주려고 종반 분위기에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가 싶어 잘 만들어진 영화 종반에 연예계 이해관계로 완성도가 무너지는구나 싶더군요.

영화명 : 달콤한 인생
감독    : 김지운
제작사 : 봄
개봉일 : 2005. 04. 01.
출연진 : 이병헌, 김영철, 황정민, 신민아,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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