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님을 확신시켜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게임/이야기 2009/12/08 15:54
11월 초 "발더스 게이트.. 하앜하앜.." 을 중얼거리며 국내 드래곤 에이지 예약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한정판으로 질러 구매했습니다.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신이 나서 찰칵 찰칵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오픈 케이스 포스팅도 올렸다지요. 물론 사진 찍고 기대감에 부풀어 바로 설치하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실망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드래곤 에이지는 딱 기대했던 것 만큼의 퀄리티와 재미를 가져다주는 게임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프롤로그 챕터를 마쳤고 '오오 자해 마법사 블러드 메이지!' 를 외치며 앞으로 다가올 장대한 여행의 시간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이래저래 궁리도 하고 기대도 했었더랬지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_-)

프롤로그를 마친 후 장대한 여행의 시발점이 될 전투 진지 (지명도 생각이 안나는군요) 로 나서자마자 귀찮아졌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넓고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NPC 들과 정보 수집하고 드래곤 에이지의 필수 컨텐츠 사랑(..)도 한번 해보고 뭐 이것저것.. 할 생각을 하니 그것만으로 피곤해져버린거죠. 그리고 그 피곤함의 핵심은 바로 언어였습니다.

굳이 해석하면서 진행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빌어먹을 정도로 방대한 텍스트양과 가끔씩 도대체 어디서 줏어왔는지 알 수 없는 듣도보도 못한 고난이도의 단어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집니다. 차라리 일본식 RPG 나 여타의 액션 게임들은 단방향 통신이라 해석만하면 되지만 드래곤 에이지는 대화형 게임인지라 생략되는 텍스트의 찝찝함 따윈 견딜 수 없음으로 인해 피곤함에 쩔면서도 '별 필요 없어보이는 저 질문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라는 갈등'까지이 추가됩니다. 참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예전같으면 그래도 좋다고 진득하게 붙들어매고 플레이했겠지만 이젠 그러기가 싫습니다. 이 대작을 말입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라는게 별게 아니고 '게임 외적인 여러가지 불편함' 을 감수하고서라도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 생각해왔고 저 자신이 언젠가부터 더이상 그렇지않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발매되는 드래곤 에이지로 옛 감성을 한번 자극해볼까? 라는 다짐(?)이 여지없이 깨져버리네요. 아마도 드래곤 에이지는 1년이든 2년이든 가끔씩 실행해서 진도 조금 빼고, 진도 조금 빼고.. 이런 플레이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 프롤로그 이후 한번도 실행하지 않았잔아. 안될꺼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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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nix 2009/12/08 16:37 ADDR 수정/삭제 답글

    뭔가 빠져들 만한 매력이 생각외로 덜한 느낌인 모양입니다.
    멋지다! 라고 생각하는 게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왠지 부족한 느낌이라서 플레이를 조금 생각하고 있는 게임이네요.... 아무래도 저는 액션이 취향에 강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 기드 2009/12/09 19:12 수정/삭제

      제가 느끼는 이 게임의 포스는 참 충만합니다.
      다만 그 포스가 영어라서 꼴보기 싫어질 정도로 귀찮아진다는게..

  • 아스라이 2009/12/08 19:48 ADDR 수정/삭제 답글

    현재 클리어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언어가 그리 지장을 주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면 더욱 감정이입이 쉽습니다만...

    http://estel.tistory.com/trackback/491

    의 여행기를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Punix 2009/12/09 01:00 수정/삭제

      아이고 아스라이님도 기드님의 블로그에 찾아오시는군요~
      여기서 뵙다니 ;;;

    • 아스라이 2009/12/09 08:46 수정/삭제

      남의 블로그에서 서로 만나 "꺄악 꺄악"하는 여고생들의 기분입니다... 아하핫. 좋은 하루 되세요~

    • 기드 2009/12/09 19:15 수정/삭제

      꺄앜 꺄앜~ ...;

      그래도 하긴 할 게임이라 네타는 거리를 두려구요. ㅎ

  • 전설의에로팬더 2009/12/08 23:0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요즘 설치만하고 않하고 있는게 수두룩하네요. 요즘은 딱 라이트 게이머에요..

    • 기드 2009/12/09 19:18 수정/삭제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ㅡ.ㅡa

  • anakin 2009/12/09 06:04 ADDR 수정/삭제 답글

    흠... 제 생각이지만 이건 기드님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자체의 문제일지도요. (드래곤 에이지는 저도 구입했지만 아직 설치를 못해봐서;;;) 바이오웨어의 기존작인 매스 이펙트 하면서 느낀건데, 게임 내의 코덱스, 처음에는 궁금해서 다 읽었는데 좀 지나니깐 너무나도 많은 텍스트량에 질리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하나도 안 읽고, 미션에 필요한 대사만 봤던 것 같습니다;;; 치밀한 배경 스토리는 다 좋은데, 그걸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건 게임 디자이너들의 '과유불급'이라 생각합니다.

    • 아스라이 2009/12/09 08:48 수정/삭제

      영어라서 질리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만간 한글화 될테니 저도 그때 읽어보려고 지금은 안 읽고 있습니다. 읽어보면 좋겠지만, 안읽어도 지장은 없으니까요... 제 경우 게임속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맘에 들어하는 편입니다.

      게임속에 만물수첩이나 백과사전 같은 것이 적용되어 있으면 왠지 수집욕에 불타오르는 편이지요.

    • 기드 2009/12/09 19:21 수정/삭제

      아나킨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어느정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은 그렇게 즐겨줘야 또 재미라는 이유가 게임에서조차 영어로 골치가 아퍼 꼴보기 싫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면 요인이랄까요. ㅋ

  • Ryoogun 2009/12/09 08:50 ADDR 수정/삭제 답글

    당장 저조차도 모던2를 한글화 안했다는 이유로 안하고 있습니다. 이 대작을요. 그런데 정말 이제 한글화 안하면 하기가 싫어집니다. 동기 부여가 안되네요. 예전에는 재밌기만 하면 불타올랐는데 말입니다.

    • 기드 2009/12/09 19:23 수정/삭제

      모던 워페어 2 도 유저 한글화가 들어갔던데.. 1인 작업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분위기더군요. 여튼 이제 그 옛날의 게임을 위한 정열따윈 귀차니즘으로 승화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