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팬들의 입장에 반하는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행보

게임/이야기 2010/09/04 16:50

게임물 등급 위원회 (게임위 or 게등위) 가 두가지 행보를 동시에 보임으로 게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는 굴지의 다운로드 게임 판매 서비스 스팀을 상대로 한글화 메뉴를 통해 제공되는 스팀 게임들의 심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영리 아마추어 게임 제작 커뮤니티인 니오티와 아방스에게 역시 공개된 게임들에 대한 심의를 받도록 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겁니다.

해외 기반 게임 서비스를 향한 게임위의 포부

게임위가 밸브의 스팀에게 보낸 공문은 '스팀이 한글화 메뉴를 통해 제공하는 게임들은 한국 유저를 상대로 한 판매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게임위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밸브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자사8의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게임위에 따르면 게임위의 이같은 이의 제기에 대해 '한국을 별도의 시장으로 인식한 것은 사실' 이라는 입장은 수긍했다고 합니다. 게임위측은 최악의 경우 스팀 싸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침까지 고려하고 있다곤 하지만 일단 스팀의 뚜렷한 답변을 먼저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게임위가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를 상대로 심의를 종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 초 독일에서 서비스 중인 부족 전쟁이란 웹 게임이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두고 있으나 한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심의 방침을 종용했고, 실제 부족전쟁 싸이트로의 접속 차단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부족전쟁의 제작사인 인노 게임즈는 게임위 심의 과정을 거쳤고, 접속 차단이 해제된 후 12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받아 심의 마크를 달고 국내 유저들에게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이어진 스팀을 향한 심의 종용과 접속 차단은 위와 같은 선례의 범위를 확대시키려는 게임위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게임팬이라면 실제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그 존재만큼은 누구나 다 아는 세계 최대의 게임 다운로드 판매 서비스가 스팀이고, 실제 국내에도 적지 않은 유저들이 스팀을 통해 게임을 구매해 즐기고 있습니다. 즉 게임위가 스팀만 넘어뜨리면 국내 공식가 루트 없는 해외 기반의 어떤 게임 판매 형태라도 게임위의 입김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죠. 물론 당장은 스팀만 넘어뜨려도 사실상 그 전부를 넘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이는 향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스팀이 게임위의 이의 제기를 완전 거부하고 스팀 서비스가 차단된다면 눈 앞에 큰 피해를 받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스팀을 통해 게임을 구입해온 스팀 유저들이 될터이지만, 스팀이 스스로 인정했듯 한국 유저들로부터의 매출이 사라지는 스팀 역시 그를 원하지 않을 테구요. 스팀으로썬 클라이언트의 한글 지원 삭제와 한글화된 게임을 제거하는 것으로 일단락 방향도 고려해볼만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를 할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스팀이 게임위의 종용을 받아들여 타협에 나선다면 스팀의 서비스의 특성상 문제와 국내 정식 유통 게임도 스팀과 연계되고 있다는 관계의 특성상 등록 게임의 심의 주체와 심의 적용 방법 등 많은 부분의 협의와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야 할 것인데, 그 과정이 순탄해 보이진 않습니다. 과연 게임위는 이런 사항들에 대한 대처 방안은 미리 준비를 하고 일을 벌인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하구요.


여튼, 스팀이 국내 심의와 얽힘으로 인해 국내의 게임 유저들은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겪어야 할 겁니다. 최악의 경우 이미 다수의 게임 구매가 완료된 스팀 계정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고 (우회방법을 찾는다고 해도 그 자체가 불편이라는 피해), 스팀에 심의가 적용된다면 이미 제공되고 있는 게임이 제공 목록에서 삭제되는 경우와 심의료라는 돈의 문제와 절차의 까다로움이란 요소로 앞으로 국내의 스팀 유저에게 소개되는 게임들은 지금보다 제한적으로 변하게 되는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스팀을 애용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하겠죠. 더욱이 '한글 서비스' 가 걸림돌이 되버린 이상 글로벌 로컬라이징 방침의 게임에 한글 추가 여부에 대한 스팀 참여 업체들의 입장도 좀 더 제한적이 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위의 이번 행보가 무서운건, 대상이 이 이상 범위로 확대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현재 공식적인 국내 지사가 없이 온라인만으로 게임이 서비스되는 업체에게 게임위가 내걸고 있는 잣대는 '한글화' 입니다만, 이 잣대를 언제 어떻게 변경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 잣대를 '국내 접속이 가능하게 해놨으므로' 라는 넓이로 변경해버리면 국내에서도 서서히 대세로 자리잡아간다는 소셜 웹서비스 페이스북의 게임들은 물론 이미 국내 게임 앱스토어가 제한적 혹은 막혀버린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의 해외 게임 앱스토어마저 게임위의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게임으로 낙인찍히게 될 겁니다. 이는 너무 비약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현재 국내 게임들의 심의도 벅차서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게임위가 갈수록 일을 벌려나가기에 그 아찔한 상상을 지울 수가 없군요.

애꿎은 비영리 아마추어 게임 제작까지 잣대를?

한편 게임위의 또다른 행보는 사전 심의라는 국내법을 무기로 비영리 아마추어들의 게임 창작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나섰다는 겁니다. 게임위는 RPG 쯔꾸르라는 개발툴을 이용해 게임을 제작 및 공유하며 즐기던 니오티라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 커뮤니티의 운영진에게 공유되고 있는 게임들에 대한 심의를 받으란 공문을 보냈왔고, 이에 커뮤니티 운영진은 제작된 게임들을 공유하던 게시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스팀을 비롯한 해외 업체를 향한 게임위의 행보나 이미 국내로 들어온 업체들과 게임위가 그건 별여온 갈등이나 행보는 그나마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과의 문제라 그나마 어떤 의미던 '일 참 열심히하네' 라 할 수도 있지만, 니오티 커뮤니티를 첫타로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을 향한 게임위의 행보는 말 그대로 '행패' 라는 단어 외엔 떠오르질 않습니다. 금전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는, 거기다 기업도 아닌 개인 아마추어들에게 순수 창작의 기회를 뺏어가는 행위니까요. 마치 어른 사회의 잣대를 어린 아이에게도 냉철하게 적용하는 느낌입니다.

안타깝게도 굳이 '원리원칙대로' 따진다면 현 제도상 비영리 아마추어 게임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상업적 게임들과 같으며, 다만 심의료에 있어 차이가 있는 정도입니다. 심의료에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100MB 의 게임 기준으로 10 만원 전후의 심의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개인들에겐 만만찮게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제작한 게임이 한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용량이 100MB 를 상회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게임위가 요구하는 심의를 받기 위해 당장 얼마의 금액이 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렇기에 니오티 커뮤니티는 게임 배포 자체를 포기하고 게시판 폐쇄를 결정하게 된 것이겠죠.

스팀 이야기의 끄트머리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현재 게임위는 플래시 게임등의 간단한 웹 게임까지 포함한 국내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모든 게임물을 심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표했지만 실상 심의가 완료된 게임들은 전체 비율로 따졌을 때 극히 미비한 숫자였습니다. 2년여의 시간동안 얼마나 그 진척도가 획기적으로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그런 대상들만 해도 할 일이 많을테고, 게임위가 스팀이나 각종 앱스토어, 소셜 사이트 등을 통해 공급될 수많은 게임들에 대한 현 실상에 맞는 기준과 제도를 마련하는게 더 우선되어야 할 상황에서 일을 벌리다 못해 굳이 왜 애꿎은 아마추어 게임 제작계까지 그 마수를 뻗었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임위의 이번 압력은 눈 앞에서 보자면 당장 주요 아마추어 게임 제작 커뮤니티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 분위기를 바탕으로 총체적인 아마추어 게임 제작 분위기는 일제히 다운될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국내 게임 개발 환경 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 중 단순 취미 생활도 있겠지만 향후 게임 개발을 업으로 하기 위한 꿈을 키우며 이에 임하는 개발자가 없을까요?

흔히 국내 어떤 스포츠건 올림픽이나 대형 국제 대회를 마치면 저변 환경이 열악하고 근간이 부족하다고들 '말만' 많이 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게임 제작도 그 상황과 별 다를게 없거늘, 정부 기관인 게임위가 스스로 자신의 분야인 게임 개발 분야의 저변 환경에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만약 현 제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면, 당장 게임 심의를 받으라는 압력보다는 현재의 제도에 대해 설명한 뒤 향후 이 제도가 실행될 수도 있음을 주지시키는 수준의 공문으로도 충분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마추어에게까지 만만찮은 심사료를 책정하며 사전 심의를 받도록 만들어진 현 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아마추어 게임이 정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면, 그때가서 기준에 맞는 처벌을 해도 됩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왜 아마추어인지, 현재 게임위와 게임위의 제도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만큼 넓게는 게임팬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익을 위해야 한다는 게임위가 항상 게임팬이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에 맞도록 행동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고 애매하면서 어려운 위치라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위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먹구구식의 정부 기관'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본문에서 '게임위'라는 줄임말을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게임물 등급 위원회는 게임머들 사이에서 흔히 '게등위' 라는 줄임말로 불립니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에서 파생된 기관인 만큼 영등위란 줄임말이 그대로 게등위로 정착된거죠. 게임물 등급 위원회는 출범 이후 '게등위' 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인지 '게임위' 로 불러달라고 해왔는데, 유저들이 '게등위' 가 아닌 '게임위' 라 자연스럽게 불러주고 싶도록 스스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행보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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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ing 2010/09/04 17:01 ADDR 수정/삭제 답글

    게임위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 지 아는 걸까요?
    전 스팀유저라 만일 폐쇄까지 간다면(사실 그럴 일은 희박하겠지만)
    정말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ㅎㅎ
    이런... 너무 흥분해서 열만 내고 말았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 기드 2010/09/05 12:54 수정/삭제

      예전부터 게임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들죠..

  • snowall 2010/09/05 03:20 ADDR 수정/삭제 답글

    게임산업 발전은 그냥 말뿐이고, 돈 받는데 관심이 있겠죠

    • 기드 2010/09/05 12:55 수정/삭제

      그런 비아냥을 피할 수 없음을 게임위는 왜 모르는걸까요. 영리 기업도 아닌데..

  • A2 2010/09/05 14:43 ADDR 수정/삭제 답글

    게임의 'g'자도 모르는 게등위 돌머리들 때문에 적법한 절차로 게임을 구입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아이폰에서 구입하고 싶은 게임을 한국 스토어에서는 구입할 수가 없어서 정말 답답합니다.
    아무리봐도 게등위는 편하게 앉아서 돈벌 생각만 뇌에 가득찼습니다.

    • 기드 2010/09/07 02:18 수정/삭제

      상업성을 전제로한 회사를 상대로한 게임위의 입장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법이 깡패죠. 그럼에도 항상 바라보기 씁쓸한 것은 좀 현실성 있는 법의 개정과 집행을 위한 게임위의 노력이 보이지 전혀 보이지 않아서랄까요. 아마추어건은.. 더더욱 그런 면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무량수 2010/09/05 15:54 ADDR 수정/삭제 답글

    언제나 그렇지만요. 국가에 소속된 인간들 치고 제대로 일하는 녀석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것같아요. 특히 심의니 뭐니 해서 심사하는 인간들을 뽑는것도 그렇고, 문화 관련해서 내어놓는 정책은 언제나 지들 밥그릇을 위해서하는 것들 뿐이라서 막 짜증이 나더라구요.

    이번에 게등위는... 정말 한심함의 극치라고 볼수 있을듯 하네요. 너무나 높은 곳에 계신 양반들이라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분야의 사정따위는 눈에 안들어오시나봐요.

    으.. 괜히 또 열받네요. ㅜㅜ 이런 소식 들릴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게 막 짜증이나요. ㅜㅜ 에잇!!!

    • 기드 2010/09/07 02:20 수정/삭제

      사실 게임위가 높아봐야 얼마나 높겠어요. 그저 영리하지 못한 흔하디 흔한 집행단체일 뿐이죠. ㅡㅡ;

  • 태현 2010/09/06 13:53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실 스팀 사태는 예상하던 바였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에는 게임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법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VALVE社에서 국내법을 간과한 채 안일하게 서비스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억울하게 가운데 낀 우리 소비자들만 불쌍하게 될 것 같아 안쓰럽네요...(그동안 구입한 내 스팀 게임들은 어떻게 되려나. 휴...)

    스팀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디게임 및 동인게임 제작자들에게까지 심의를 거치게 하는 처사는 이들의 자율창작의지와 기회마저 유린하는 행위라고 여겨집니다. 이렇게까지 융통성이 없는 기관은 처음 보는군요.

    정부는 게임위야말로 북미지역의 ESRB나 유럽의 CERO, 일본의 PEGI처럼 민영화 시켜서 게임의 이해도가 높은 이들로 구성한 뒤에 자율심의기구로 운영해야 합니다.

    게임위 구성원들이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분들을 모셔 놓고 운영하니 이런 불협화음만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가 하루 이틀도 아니다보니,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 기드 2010/09/07 02:22 수정/삭제

      사실 게임위의 민영화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해외 여러 민영화 등급 기관들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되지만, 현상태에서는 게임위를 민영화를 시도해봤자 오히려 악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

  • ㅁㄴㅇㄹ 2010/10/07 17:39 ADDR 수정/삭제 답글

    대한민국 게임 개발 여건과 활성화에

    가장 적대적이고 발목을 잡고 있는 공공이기집단 을 꼽으라면

    당연 게등위?

    대한민국의 게임 발전을 위해서 희안하게 꼬여있는 제도와 탁상행정인식이 빨리 개선되야 할텐데 말이죠

  • 90 2011/02/19 23:38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이런 형평성이 없는 법을 만들다니!ㅠㅠ
    소프트웨어를 받으면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그 기쁨을 법으로 빼앗다니 뭔가 잘못 됐어.
    이런 불합리성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져서 법의 개정을 촉구해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