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스트 오디세이 - 천년의 꿈, 천년의 기억

게임/리뷰 2009/08/03 18:46
그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라지만 절대 등한시할 수 없는 비디오 게임의 성지이자 그만큼 그들만의 취향이 너무나도 확고한 일본 게임 시장.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MS 는 다방면에서 전폭적 지원을 동반한 전 략을 행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아이돌 마스터와 같은 대성공적 사례도 있고, 현재 진행형인 대작 일본식 RPG 제작 유치 및 지원이 가장 대표적 사례인데요. 로스트 오디세이는 바로 이런 RPG 제작 지원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미스트워커가 2007년 말 발매한 XBOX360 용 RPG 게임입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차이?
일본 시장을 겨냥한 일본식 RPG 게임인 로스트 오디세이의 제작진은 말 그대로 초호화 군단입니다. 단연 그 중 선두는 개발사 미스트워커의 창립자인 사카구치 히로노부. 파이날 판타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과거 스퀘어 재직부터 스퀘어 에닉스 시절까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나 베이그란트 스토리, 패러사이트 이브 등의 총감독 혹은 프로듀서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를 맡으며 개발의 선두에 섰던 인물입니다. 사운드 트랙을 맡은 우에마츠 노부오 역시 과거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를 비롯 크로노 트리거 등에서 유저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율들을 작곡했습니다. 또한 로스트 오디세이의 큰 특징 중 하나인 게임 내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 은 일본 내 수상 경력이 있는 유명 소설가 키요시 시게마츠가 투입되었는데요.

토리야마 아키라 일러스트의 블루 드래곤

타케히코 이노우에 일러스트의 로스트 오디세이


사실 여기까진 소설가 키요시 시게마츠를 제외하면 개발사 미스트워커의 특징이며 미스트워커의 이전 타이틀 블루 드래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블루 드래곤과 로스트 오디세이의 차이점을 결정적이고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블루 드래곤이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러스트를 빌렸던 것에 반해 로스트 오디세이는 슬램덩크의 작가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일러스트를 빌렸습니다. 실제 각 게임에 사용된 일러스트와 이를 기반으로한 캐릭터 디자인은 외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게임의 분위기 차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명랑쾌활 RPG 가 느껴지는 블루 드래곤의 첫인상과 달리 로스트 오디세이는 좀 더 딱딱하면서도 정제된 게임의 첫인상을 풍깁니다. 다르게 보면 일본식 RPG 의 양대 산맥인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날 판타지의 이미지 차이와 흡사한데, 실제로 블루 드래곤이 드래곤 퀘스트를 표방했던 것에 반해 로스트 오디세이는 핵심 개발진의 전력이 노골적으로 발휘되어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색체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천년을 살아온 불사신들의 블록 버스터
로스트 오디세이는 카임이라는 메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5명의 불사신과 주변 캐릭터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스토리의 중심에 선 불사신들이 기억을 상실한체 의미없이 세상을 살아가다 여행을 통해 만나고 점차 기억을 되찾으며 자아를 되찾아가고 다소 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세계의 위험을 막는다는 엔딩의 전개를 가집니다. 그 뻔한 줄기 속에서 로스트 오디세이만의 매력을 찾는다면 천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 잊혀진 불사신들의 기억인데요. 이는 앞서 소개한 게임에 녹아든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 을 통해 극대화되는데, 게임 진행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이 에피소드 모음들은 천년의 세월동안 불사신들이 겪었던 다양한 세상 군상들의 모습을 텍스트를 통해 인상깊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봐왔던 게임 속 텍스트들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있어 과연 전문 문학가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몇몇 에피소드는 좀 별로이긴 합니다만) 다만, 천년의 꿈 에피소드는 불특정 위치에서 불쑥 나타나 방대한 텍스트를 읽어야하기에 게임 진행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로스트 오디세이의 또다른 특징은 DVD 4장의 용량을 과시하는(?) 방대한 연출씬입니다. 게임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 영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투 화면의 연출은 유저에게 '나는 블록버스터' 라 말하며 유저에게 호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첫인상은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이벤트성 전투의 연속과 의미없는 전투 장면 연출의 연속으로 금새 지루함으로 변하고 지루함은 로스트 오디세이라는 게임의 가장 치명적 단점이기도 합니다. 전반적 그래픽 퀄리티나 카메라 워크의 다양함 속의 화려한 이벤트 연출 의지는 높게 살만하지만 너무 시시콜콜한 부분의 모든 것을 이벤트 씬 연출로 담아내려했고 연출의 굴곡이 미비해 그 길고 긴 분량을 보고 있어야할 게이머는 따분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정작 클라이막스의 연출마저 지친 맘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마치 무작정 길게 늘어진 50부작 무협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이벤트 씬의 등장에 의미없는 유저 컨트롤을 요하는 부분은 다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맵 전환 후 바로 이벤트 씬을 출력해도 될 것을 유저가 캐릭터를 꼭 한두걸음 이동시켜야 하는)


늘어진 연출이란 지루함은 스토리 진행이 가장 느린 게임 초반부를 특히 괴롭히는데, 그나마 디스크 2 를 넘어 중반에 접어들면 스토리 전개에 가속도가 붙고 뚜렷한 목적이 하나 둘 씩 생겨나며 스토리로 집중력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파이날 판타지의 색체는 스토리 전개 양상이나 등장 캐릭터들의 특징, 게임 배경 등의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다소 진부하기도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대대로 성공적으로 어필해온 균형잡힌 짜임새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바탕에 각종 이벤트 씬의 멋진 연출의 부각이 의도된 게임이 로스트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과적으로 개발사의 의도가 멋지게 적용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다양함이 녹아있는 시스템
로스트 오디세이의 시스템 부분을 살펴보면 파이날 판타지의 색체를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시스템 메뉴의 모양부터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메뉴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스킬 링크 시스템은 이전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여러 시스템의 혼합형으로 악세사리에 함유된(?) 스킬이나 동료 캐릭터들의 스킬을 링크하여 전투를 통해 얻는 스킬 포인트 누적으로 해당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정확히 게임 내 시스템 설명으로는 타 캐릭터의 스킬 습득만 스킬 링크라 불립니다만 결국 그게 그거기에..) 단 차이점이라면 스킬 습득이 가능한 캐릭터는 오직 5명의 불사신 캐릭터들만 가능하며, 시스템상 모든 스킬의 습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각 캐릭터의 밀리 계열이나 마법 계열과 같은 기본 특성의 능력치는 유지시켜 모든 캐릭터가 만능이 되버리는 탈개성화를 막았습니다.


필드에서 랜덤으로 돌입하는 전투 모드는 상대 진영과 아군 진영으로 나뉘고 캐릭터의 민첩도나 시전 속도에 따른 행동 우선 순위가 각자 부여되는 턴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투마다 맞이하는 적들의 민첩도가 다르고 전투를 시작하며 가지는 진영의 턴 우선권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전투마다 적 캐릭터의 턴 순위와 아군 캐릭터의 턴 순위를 고려해서 아군의 공격 동작과 목표를 택해야 합니다. 전투 한번 한번이 그리 짧지 않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므로 각 캐릭터의 턴을 활용하는 것이 게임 오버 화면을 덜 볼 수 있습니다.


전투의 가장 큰 특징은 반지 시스템으로 각 캐릭터들이 반지를 착용한 뒤 일반 공격을 행하면 나타나는 써클 존을 향해 작아지는 큰 원을 트리거키를 누른 상태에서 써클 존에 딱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게 조준해서 일반 공격의 능력을 높이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반복되는 전투 속에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쉬운 공격 동작 시간을 좀 덜 지루하게 해줄 뿐더러 묘한 오기를 발동시켜 전투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유저가 정 귀찮다면 굳이 억지로 타이밍을 맞추지 않아도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므로 상당히 괜찮은 시스템입니다. 마법은 흑마법과 백마법, 혼합 마법 등으로 분류되며 각 마법의 스킬 레벨이 높아질 수록 고차원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마법의 스킬 레벨만 높다고 모든 고차원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레벨과는 별도로 사용하는 마법 자체를 상점에서 익히거나 보물 상자 등에서 얻어야 비로소 실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전투 한번이 짧지 않다 말씀드렸는데, 그렇다고 레벨업 과정이 험난하진 않습니다. 경험치가 절대 수치가 아닌 매 레벨마다 % 수치로 매겨지고 전투 후 얻는 경험치 % 양이 캐릭터의 현재 레벨과 적들의 레벨과 대비해 얻는 차이가 매우 커서 레벨이 낮은 캐릭터의 경우 한번의 전투로 하나의 레벨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며 게임 진행에 따른 지역에 따라 적절한 경험치가 분배되고 있습니다. 이는 스토리 진행상 파티가 강제로 찢어지게 되는 상황에서 유저 취향에 의한 캐릭터 레벨 격차가 클 때 속성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기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장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순식간에 쑥쑥 클 수 있어서 스토리 진행과는 별도의 게임 내 최고난이도 던전에 들어가면 어느덧 레벨 앞자리 숫자가 바뀐 자신의 캐릭터들을 보며 놀라기도 합니다.


로스트 오디세이는 풀 3D 를 활용한 게임임에도 캐릭터의 이동을 고정된 카메라가 따라오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아주 약간의 시야 확장 기능이 있을 뿐 3D 를 활용한 시점 변경이 지원되질 않습니다. 이걸 파이날 판타지 7,8 편의 향수라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전투 로딩을 포함한 맵 구간 이동이나 이벤트 씬 전환 등을 이유로 로딩 시간이 너무 잦고 로딩 시간도 적지 않아서 유저를 좀 짜증나게 하는 편입니다. 또한 세이브 포인트의 위치가 적절히 분배되어 있질 않아서 게이머가 급하게 게임을 중단해야 할 경우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나마 편한 점이라면 한번 이동했던 지역은 월드맵에서 캐릭터를 직접 이동할 필요 없이 이동하려는 지역을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스트 오디세이는 A급을 지향하는 대작 RPG 게임입니다만 의욕이 너무 앞선 개발진의 연출에 대한 욕구가 너무 과하게 분출되어 오히러 큰 마이너스가 되는 게임입니다. 또한 혁신적인 변화나 시스템을 가진 게임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식 RPG 란 장르에 얽매인 나머지 과거지향적이 돼버린 듯한 게임이랄까요. 하지만 초반의 지루함을 조금만 견딘다면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만약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런 특징은 악으로 작용해 정말 지루하기만 한 게임이 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 한글화가 되었기에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게임의 백미 중 하나인 천년의 꿈도 완벽히 즐길 수 있습니다. 굳이 타기종 유저가 탐낼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XBOX360 유저 중 할만한 일본식 RPG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은근슬쩍 권해볼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ps. 외부 영상 캡쳐보드가 없는 관계로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을 되는대로 첨부한지라 스크린샷들이 리뷰 내용에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Good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하고 화려한 연출 시도.
전투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지만 레벨업은 쉬운 편.
전투의 반지 시스템은 전투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 감상은 게임 외적 재미의 백미.

Bad
연출 씬이 너무 잦고 굴곡없이 밋밋한 연출이 많다. 의미없이 늘어지는 반복 연출도 존재.
초반 스토리 진행의 루즈함이 꽤 길다.
시도 때도 없는 잦고 긴 로딩.
세이브 포인트 위치 선정이 들쭉날쭉.
필드 카메라 워크의 후진성과 불편함.
게임명 : 로스트 오디세이
장   르 : 일본식 RPG
개발사 : 미스트워커, 필 플러스
유통사 :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 XBOX360
한글화 : 음성 자막 완전 한글화
발매일 : 일본 - 2007. 12. 06 , 한국 - 2008. 01. 14. , 북미 - 2008. 02. 12.
공식 홈페이지 : http://lostodyssey.jp/

평가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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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트 오디세이의 엔딩을 못 보는 이유 Trackback from Lineni.com - 리네니닷컴 2009/08/03 21:35

    얼마전에 동생때문에 샀다가 조금 해봤던 로스트 오디세이. 지금 시디4 맨 처음 부분에서 게임이 멈춰선 상태입니다. 시디4가 마지막 장이기에 엔딩을 봐야하긴 하겠는데 전혀 손이 가지않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인 사카구치 아자씨가 만든 이 게임을 전 플레이 안하고있는게 아니라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아, 제 주관 100% 인것을 미리 숙지하세요. 되도안하게 꼬아놓은 게임 디자인 이 게임은 A->B로 한번에..

  • 리넨 2009/08/03 21:35 ADDR 수정/삭제 답글

    엔딩보는데 무지 올래 걸렸던 게임입니다. 그래도 하드 카피가 지원된 이후라면 로딩이 줄어서 그나마 좀 쾌적하게 했을텐데 그 전에 플레이해서 흑흑... 트랙백 남깁니다.

    • 기드 2009/08/03 21:52 수정/삭제

      오우 하드 인스톨이 안될때 플레이라니
      그건 정말 끔찍하네요. -_-;;
      헌데 하드 인스톨해도 정작 로딩 시간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답니다.
      그걸 보고 간만에 로딩 더러운 게임 만났구나 싶었죠. ;
      디스크 액세스 소리 안듣는 걸로 만족해야..

  • Leviathan 2009/08/04 04:10 ADDR 수정/삭제 답글

    평을 보니 일본식 RPG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 절제의 미가 부족했던 작품이군요; 이런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좋았을테지만, 로스트 오딧세이 이후 일본식 RPG가 다 고만고만하거나 혹은 로스트 오딧세이보다 못하다는 평가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결국 파판 13이 나올때까지는 일본식 RPG가 약세일 수 밖에 없는걸까요, 쩝;

    • 기드 2009/08/05 17:47 수정/삭제

      정수라고 까지는 좀 그렇고요.. ^^;
      근래 가장 성공한적인 일본 RPG 라 하면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가 아닐까 싶네요.

  • Mr.Children 2009/08/04 10:08 ADDR 수정/삭제 답글

    2년전엔가 XBOX360을 구입하면서 "블루드래곤"과 함께 구입했던 작품이 "로스트 오딧세이"였는데, 두 타이틀 모두 밀봉 보관 중이네요...ㅡㅡ; 어쨌든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네요^^

    • 기드 2009/08/05 17:48 수정/삭제

      헛 RPG 게임 두개가 밀봉이면 완전 짐덩어리 같으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