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3 화폐 경매장의 순기능과 국내 사정


2011/08/02 19:01
앞서 디아블로 3 화폐 경매장에 대한 포스트에 이어 국내 사정과 화폐 경매장의 취지와는 엇나가는 오해가 발생되는 것 같아 추가로 포스팅을 합니다. 원래는 앞선 포스트에 함께 다루려던 부분인데 생각의 정리가 덜되기도 했고 귀찮음에 블리자드와 디아블로에만 초점을 맞추고 글을 맺었지만 아무래도 빠르게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어제부터 쟁점이 되고 있는 디아블로 3 의 화폐 경매장은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게임 내 아이템 현금 거래를 지원하도록 준비한 중개 시스템이며, 거래 대금이 현금화도 가능하도록 구현될 계획입니다.

화폐 경매장은 아이템을 거래하는 유저들에겐 보다 확실한 보호장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유저간 아이템 거래액은 2010년을 기점으로 1조원을 훌쩍 넘겼다고 합니다. 이정도 수준이면 아이템 현금 거래의 정당성에 대한 본질적 논쟁은 둘째로 치고, 현실적으로 엄청난 금액의 돈이 움직이고 있는 이 거래 시장에 대한 적절한 안전 장치가 필요한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1조원의 돈이 유통되는 창구는 게임 유저라면 익히 대부분 알고 계실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제 3 중개업체들입니다. 이들은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전 거래 시스템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중개 역할을 하며 거래 대금의 5% 수준을 판매자에게 수수료로 받는 것이 주 수익원입니다.

중개 업체를 통해 현금 거래되는 와우의 게임머니


문제는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가 주도하는 현재의 거래 시장 풍토는 절대 유저에게 안전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겁니다. 거래의 대상인 아이템이 실사용될 각 게임과 게임사들은 현재 지재권을 기반한 이용 약관으로 애초에 유저간 아이템 현금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거래를 주관하는 중개 업체의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개 업체를 통한 거래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개인간의 직거래 역시 마찬가지) 게임사의 인정과 협력이 중요한 것은 거래 물품인 아이템의 신뢰성과 결부되며 부정 거래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사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템은 일종의 비매품 딱지가 붙은 물건인데 이런 비매품 거래를 전문적으로 주관하는 음성 중개자인 셈이죠. 비매품은 제조사의 정상적인 고객 지원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고로 중개업체 혹은 직거래를 통해 문제가 생긴 아이템 거래는 게임사에서 지원해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게임 사용의 제한을 받습니다.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들은 그들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 자신들이 중개하는 매매가 양측 모두에게 안전하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중개 업체를 통해 해킹 전문 작업장에게 (물론 해킹 전문이라는 정보를 구매자는 모릅니다) 게임머니를 구매한 구매자는 해킹된 게임 머니의 로그를 분석한 게임사로부터 해킹 머니 소지 혐의로 게임 사용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물론 구입한 게임 머니는 비정상적 게임 머니이므로 게임사에 의해 삭제됩니다. 그럼 하다못해 환불이라도 받을 수 있는가? 중개 업체는 부당 거래의 경우 100% 환불이 가능하다 밝히고 있지만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데다 명확한 내용 증빙을 하기도 어려운 여건이므로 환불 받는게 무슨 법원을 들락날락 하는 것 같이 피곤하고 어렵습니다. 결국 흐지부지되거나 내용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판매자도 배째, 중개 업체도 배째는 상황에서 구매자는 돈 날리고 게임 사용까지 제한을 받습니다. 나쁜쪽으로만 꾸며낸 이야기인 것 같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아이템 거래 풍토속에 그리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경험담입니다.

화폐 경매장은 안전한 거래 환경 제공의 의미로는 분명 유저들에게 이익이다.


반면 디아블로 3 와 같이 게임사가 직접 공식적으로 현금 거래 마켓을 지원하게 된다면 중개 업소를 거치면서 생기는 위같은 모순적 상황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게임사는 게임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관련된 로그를 보유하므로 거래 분쟁이 생기면 분쟁의 원인과 문제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고 이와 관련된 정당한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현금 거래를 부정하는 입장이라면 그저 방관만 하겠지만 게임내 공식 현금 거래 시스템을 지원하며 수수료까지 받는 마당에 이런 서비스는 당연한 게임사의 의무 사항으로 변하게 됩니다. 게임사를 통하든, 중개 업체를 통하든 사용자의 입장에서 수수료를 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왕 같은 수수료를 낸다면 안전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게임사가 현금 거래 중개를 맡는 것이 거래의 안정성 측면에선 확실한 이득인 것이죠. 바로 그 안정성이 블리자드가 현금 거래에 대한 그간의 태도를 바꾸며 내세운 무시할 수 없는 명분입니다.

블리자드는 아직 캐릭터 거래 지원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지원된다면 이 역시 거래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저들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아시다싶이 국내 대부분의 게임 계정은 사용자의 신상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 캐릭터 거래를 위한 방법은 신상 정보가 포함된 계정을 거래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계정간 캐릭터 전송이 지원된다면 유저는 신상 정보를 볼모로 잡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캐릭터 육성 대행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구요. 계정 거래에 관한 부당 거래의 대표적 예로는 구매자에게 돈을 지급받은 판매자가 일정 시간이 지난뒤 자신의 신상 정보 확인 기능을 이용해 팔았던 계정을 다시 가로채가는 행위입니다. 이 경우 역시 게임사는 현금 거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신상 정보에 확인에 의거한 계정의 원주인에게 계정을 돌려줍니다. 계정 구매자는 멀쩡히 돈을 지불하고도 계정을 다시 빼앗아가는걸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템 현금 거래를 둘러싼 국내 분위기

도덕적 혹은 가치적 기준이 아닌 법률적 기준으로 판단을 하더라도 아이템 현금 거래는 명환한 판단을 하기 애매한 것이 현재의 국내 사정입니다. 게임법 법령에 따르면 게임머니나 아이템등을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임물 사업자는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현금과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 내용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판례에 따르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리니지 아이템 판매자에게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그 근거로 리니지의 아이템 획득을 우연성에 기반한 사행적 행위로 간주하기보단 사용자 노력에 의한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는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덕분에 게임법 법령에 기재된 게임머니와 아이템등은 현재 웹 보드 게임으로 그 범위가 축소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 위원회는 현재 게임사들이 지적 재산권을 기반으로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현금 거래 행위 적발로 인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게임사의 계정 압류 행위에 대해서는 주의를 준 사례가 있습니다. 즉 여러 정황으로 보아 베팅이 주가되는 웹보드 게임이 아닌 일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현금 거래가 사행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적 재산권 보호 차원에선 분명한 침해 행위라고 보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게임사가 지재권을 이유로 약관상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는 있으나 굳이 법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건 유저를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다는 이유도 한 몫 하겠지요.

게임 내부 시스템 도입은 실패했지만 약관상 현금 거래를 인정하는 황제 온라인


한편 사업자 기준으로 잣대를 전환하면 좀 더 엄격해집니다. 위에 언급한 게임물 사업자의 금지 조항에 기반을 둔 사안인데요. 지난해 황제 온라인이라는 중국 게임이 디아블로 3 와 마찬가지로 게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현금 거래 시스템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를 신청했지만 현금 거래 시스템의 존재 이유로 심의가 무기한 보류된 바 있습니다. 결국 황제 온라인은 현금 거래 시스템을 삭제한 뒤 재심의를 통과해 서비스 중에 있습니다. 이런 전례로 봤을때 디아블로 3 역시 화폐 경매장을 포함한 상태로 국내 심의를 통과하긴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긴 합니다. 아직 디아블로 3 의 출시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그사이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된 국내 법이나 정책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이뤄진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요.

국내 게임사들의 속사정과 블리자드의 행보 주시

다시 돈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아이템 거래로 인한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그 중심에서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이 분에 넘치는 수수료를 챙기며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게임사들은 약관상 현금 거래를 금지하면서도 다소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참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저들을 상대로 적을 질수는 없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의 온상지를 향한 적극적인 적대 행위는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일일텐데 말이죠.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게임사들도 속으론 현재 중개 업체들이 큰 이익을 올리고 있는 수수료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꾸준히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1조원을 훌쩍 넘긴 아이템 거래 시장의 수수료를 단순히 % 에 기반해 간단히 예상해도 수십억입니다. 중개 업체의 양대 산맥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는 날이 갈수록 그 규모가 거대해져가고 있고 아이템매니아는 성장을 기반으로 퍼블리싱 사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그런 수익이 창출되는 시장에 각 게임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게임사들이 관심이 없을리 없습니다.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가 할 수 있는 잠재적 수익 모델인 셈이죠.

그럼에도 게임사들이 쉬쉬하며 선뜻 아이템 거래 시장에 손을 뻗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당장 법적으로 사업자가 환전을 전제로한 시스템 구축에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안그래도 이것저것 까일 위험도가 높은 게임 산업이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사행성을 경계하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못 엮이면 정말 게임 산업 전체가 흔들려버릴 (거칠게 표현하면 아작나버릴?) 위험이 큰 민감한 사안이 아이템 현금 거래이기 때문에 선뜻 누구하나 나서질 못하고 있는 거지요. 때문에 어차피 당장 현재의 아이템 거래 시장 속 돈의 흐름이 자신의 이익이 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면 지재권을 기반으로 이를 금지해놓고 사태를 관망하며 유리한 국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재 게임사들의 속사정입니다. (물론 지재권 본연의 의미도 중요하겠지만)

그 와중에 파생된 것이 아이템을 게임사가 직접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고 이는 현재 게임사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지요. 허나 부분 유료화 모델이 적합한 게임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게임이 있기 마련이기에 부분 유료화가 아이템을 매개로 한 이익의 흐름을 온전히 게임사로 전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게임사 주도의 유저간 아이템 현금 거래가 정착된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더군다나 수수료는 책정하기 나름이니 그 수익성을 예상하면... 게임사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다소 변태적인 부분 유료화 연계 모델이 시행된 엔씨의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_-;)

디아블로 3 의 화폐 경매장과 같은 게임 내 현금 거래 시스템은 과거 SOE 의 에버 퀘스트 2 에서 처음 시행되었고 국내 기업인 넥슨이나 NHN 이 해외 시장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국내 시장만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을 뿐이죠. 그 와중에 블리자드의 이번 디아블로 3 화폐 경매장의 시도는 국내 진입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와 국내 시장을 배재하더라도 디아블로3  라는 킬러 타이틀의 화폐 경매장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나타낼지 입니다. 블리자드는 경매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 업계가 주목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수수료의 수익성일 것입니다. 국내 도입이 안되더라도 해외 진출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죠.


  1. 아크몬드 2011/08/03 00: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재밌게 읽고 갑니다. 디아블로3 기대되네요... 국내에선 어떻게 될지...

    • 기드 2011/08/03 16:35  address  modify / delete

      게임 자체는 정말 기대됩니다.
      국내에선 만약 화폐 경매장 도입이 성공된다면 생계형 유저들이 생겨날수도. -0-

  2. 현거래 찬성 2011/08/04 10: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기생충 같은 현거래 사이트를 어쩔수 없이 이용했지만

    개발사에서 현거래 지원해준다니 차라리 그게 낫네요 ㅋ

  3. osten 2011/08/06 22: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공식 현거래가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정말 기대되요.

    • 기드 2011/08/13 13:22  address  modify / delete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 아닐까 싶어요.
      디아블로 3 같은 메이저 타이틀이 이를 걸고 나왔으니 앞으로 아이템 현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기준 정립 기회가 될 것 같긴 한데..
      여파가 어느정도일지는 가늠하기가 힘드네요.

  4. 말도 안되는 소리 2011/08/19 06: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과연 국내에서 아이템 베*나 아이템 매*아를 누를 수 있을까요. 양측 이중수수료를 받아가며 게임내 화폐경제관리까지 손쉽게 할 수 있고 기업에서 보면 내용자체는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분명 사용자는 이득이 더 되는 방향성을 찾을테고 그 해답은 아이템*베이나 매니*가 내놓을 테니 적어도 국내에서는 절대 성공하기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이 방법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사용자 모두 중개수수료가 없어야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까다로운 국내게임시장, 게임등급위원회 등에서 심의 통과 조차도도 불가하거나 매우 늦어지겠지요.

    어디로보나 무리수입니다.

    • 기드 2011/09/01 20:14  address  modify / delete

      환급받는 돈의 액수만 고려한다면 매니아나 배이가 더 이익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블리자드의 공식 현금 경매장의 이익은 거래의 안정성입니다.

      말씀하시는건 액수쪽으로만 치우친 문제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