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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거래 금지법 궤도 수정을 바라보는 조소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말 시행 예정이었던 아이템 거래 금지법을 시행 직전인 지난주 궤도 수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시행 예정이던 법안은 모든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 해당하는 게임들의 아이템 현거래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으나, 궤도 수정안은 아이템 판매를 전문적 업으로 삼는 작업장들에게만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서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는데요.
지난해부터 연이어지고 있는 게임 산업에 대한 법적 규제 강화의 일환인 이 아이템 거래 금지법이 제시된 원인을 다시 떠올려보면 변경된 수정안에 조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의무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등과 마찬가지로 아이템 거래 금지법은 게임의 악영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원 취지였습니다.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거래를 전면 시킨 것은 게임 아이템 현금화라는 과정 속에서 사행성의 유혹을 근절시키고, 알고 보면 자동화 시스템에 맞서 (오토) 터무니없이 저렴한 노동력을 스스로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아이템 거래를 금지시킨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무리수이긴 했으나 적어도 위와 같은 취지를 고려하면 일부 공감이 가는 필요악 같은 느낌이 바로 아이템 거래 금지법이었죠. (정상적인 해결 방안은 물론 따로 있긴 합니다)
하지만 발표된 수정안을 보면 법안을 제시한 인간들이 애초에 법안의 무리한 설정으로 난관에 부딪치자 법안의 취지 따윈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일단 같은 이름의 법안을 상정하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수정안을 살펴보면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아이템 거래에 있어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습니다. 아이템 거래 현금화의 그럴듯한 유혹에서 보호돼야 할 청소년들은 여전히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작업장의 판매만 제한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이죠.
청소년들이 과연 수십 대 아니 두 대 이상의 컴퓨터로 다중 클라이언트를 구동시키며 오토로 아이템을 캐고 다닐까요? 또한 구매력이 성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아이템 거래 시장에서 과연 공급자일까요 수요자일까요?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10초라도 생각해봤다면 청소년을 보호하자며 꺼내든 아이템 거래 금지법을 이렇게 어영부영 상정시키는 것에만 급급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체 작업장의 판매 제한이 이 법안 취지의 어떤 면에 부합되는 것일까요.
아이템 거래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행법상 청소년은 아이템 거래가 애초에 금지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의 아이템 거래 금지법이 튀어나오고 그것이 무리수임에도 취지에 일부 공감이 간다고 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가족의 신상정보를 도용해 편법으로 어렵지 않게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지금까지 그런 거래 시장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청소년의 아이템 현거래가 금지되어있는 현행법의 현실적 시행을 뒷받침할 신상정보 확인 시스템을 강화 및 감독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거늘, 되도 않을 아이템 거래 금지법이라는 새로운 법안을 일단 내세워보고 한술 더 떠 취지와 무관한 수정안을 내놓은 문화관광부의 사고체계가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뭐 하자는 수작일까요.
여담으로 수정안의 폐해에 대해 덧붙이자면..
아이템 거래 금지법을 가장 강경하게 전면적으로 나서 반대한 세력은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입니다. 당연한 것이 전체 게임의 90% 를 차지하는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아이템 거래가 전면 금지 당하면 그로 인한 수익성 하락에 직격탄을 맞을 업종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아이템 판매의 7~80% 이상은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작업장의 제제에 대해서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문화관광부와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간의 합의점이 작업장의 제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철저히 이론적으로만 따져보면 작업장 제제가 아이템 거래 전면 금지보다야 거래 수가 많지만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업장의 제제는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에겐 거래 금지에 못지 않은 타격입니다. 허나 작업장이 법적 기준으로 작업장이 아니게 위장을 하는 순간 이런 걱정은 사라지죠. 법안 시행에 강경 반대하던 아이템 거래 업체들이 작업장 제제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물론 가장 귀찮아지는 것은 작업장이고 둘째는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일 겁니다. 허나 취지도 잊은 체 허술하게 상정되는 이 법안이 제대로 관리될 것이라 생각 치도 않을 것이고,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 식 합의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아이템 거래 금지법 수정안은 아이템 거래 문화의 대외적으로 가장 비호감 세력인 작업장을 이용한 일종의 쇼나 다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작업장 등록 시스템이나 거래 시스템도 허술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법안으로 작업장의 수익과 생존을 위한 은둔술이 겹쳐지면 알게 모르게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이 발전은 커녕 퇴화할 것이라 봅니다.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들이 초기의 아이템 거래 금지법에 강경하게 반대하며 내세운 이유 중 하나였던 거래 시장의 음성화. 겉보기엔 양지지만 알게 모르게 속으로는 음성화가 진행되도록 부추기는 것이 바로 이번 수정안입니다.
법안을 제시한 문화관광부는 꺼낸 말을 체면 깎이지 않게 집어넣지 않고, 수익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아이템 거래 중개 업체는 불편함이 야기되지만 수익 구조는 유지하는 선에서 일단락되는 의미도 없고 필요도 없는 아이템 거래 금지법 수정안의 통과 속에서.. 취지였던 청소년 보호는 어디로 갔으며, 아이템 거래 이용 유저의 안정성은 또 어디로 가는지, 덤으로 허구한날 악의 축으로 몰매 맞는 게임 산업의 이미지는 어디로 사라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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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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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 2012/03/25 13:01
결국은 이슈 때문에 대충 만든 법이라는 뜻이군요. ㅡㅡ;;;; 언제나 그런식으로 법을 만들었기에 새삼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건 여전하네요. ㅜㅜ
기본적으로 아이템의 현거래를 반대하는 입장인지라 전체적 단속이 이뤄지고 또 그렇게 법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커져서 쉽게 손댈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지만요. 뭐 2000년도에는 아이템베이 같은 회사에 정부는 혁신 회사라면서 오히려 상까지 줬었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하다가는 작업장도 기업화가 될 것같은 우려가 듭니다. 벌써 기업화 되어있는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지금이야 음성적으로 이뤄지지만 순간 획기적인 혁신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한 순간이지요.
예전에 KBS이던가 MBC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미국인이 동유럽에 작업장 설치하고 돈버는 것을 방영하면서 혁신적인 회사라고 칭찬하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물론 아이템을 과하게 생성하는 것과 케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작업장이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지라....
여러모로 답답하네요... 정부라는 조직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