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어글리 트루스, 도발적인 로맨틱 코메디

영화 2009/09/07 15:34
불편한 진실. 세상엔 진실로 왜곡된 거짓들이 참 많습니다. 거기엔 범인류적인 무거운 측면의 것도 있을 것이고 우리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볍고도 소소한 거짓들을 꼽을 수도 있겠죠. 물론 일상 생활의 거짓들이 경우에 따라 각 개인에게는 가까운만큼 훨씬 무겁게 다가갈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신경쓰다보면 정말 사람이 미쳐버릴지도 모르죠. 그런 면에서 진실이라는 말 자체가 뜻과는 달리 참 허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좀 쌩뚱맞게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영화 어글리 트루스는 남성 주인공 마이크가 도발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이지만 듣고보면 그럴 듯한 방법으로 주장하는 남녀 애정관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 주제로 한 케이블 TV 쇼의 제목입니다. 의역하면 벙찌는 진실? 점잔게 표현하면 불편한 진실 쯤 되겠네요. 앞서 말한 불편한 진실의 다소 진지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죠. 어글리 트루스란 프로그램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을 요점만 정리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남자는 전부 짐승. 섹스만 해주면 되. 독신녀 니가 애인이 없는건 얼굴이 돼지같이 생겼기 때문. 등등등.. 뭐 사실 내용이 이게 전부라 요점이랄 것도 없군요. 케이블 방송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말초신경 자극용 방송, 그것이 어글리 트루스 쇼입니다. 그리고 이런 어글리 트루스 쇼의 내용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유쾌한 개그 코드의 바탕이 됩니다.


공중파 방송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중인 뉴스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인 여주인공 애비는 능력있고 도도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건어물녀 입니다. 시청률을 위한 상부의 명령으로 애비의 입장에서는 혐오스러운 수준의 어글리 트루스 쇼의 마이크와 어쩔 수 없이 함께 일을 하게되는데, '내숭적이고 도도한 애비' 와 '직설적이고 본능적인 마이크' 라는 첨예하게 상반되는 캐릭터 사이의 갈등과 대립, 협렵 관계로 발전하기 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유쾌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본능적 마이크가 도도한 애비를 음흉한 테마로 도발하고 자극하면 그것에 화들짝 반응하며 능글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와 점차 그것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스승격인 마이크마저 애비에게 되려 당하는 역전 드라마(?)의 통쾌함도 곁들여집니다. 그 와중에 웃기지만 사랑스러운 '깜찍 댄스' 로 대표되는 도도녀 애비의 깜찔발랄 담백한 모습은 영화의 섹스 개그 코드와는 또다른 재미입니다.


섹스 개그 코드의 바탕이 되는 영화 속의 '어글리 트루스 쇼'가 저질 쇼일지언정 코드를 함께하는 '영화 어글리 트루스' 는 저질스럽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 초반 어글리 트루스 쇼가 말 그대로 막장 형태를 제대로 보여준데다 섹스코드와 무례함이 말초적으로 과장된 어글리 트루스 쇼와는 달리, 대비되는 캐릭터들의 실생활 섹스 코드는 주로 은어 (똘똘이, 콩 등) 를 활용한 직간접적 대사나 그외의 황당 에피소드를 통해 은근히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되는 보는 이는 빵빵 웃음이 터집니다. 당장 민망하긴 하지만 거부감이 들지않고 상황이나 내용 자체는 너무 웃기거든요. 대사일 뿐이라는 무실체성 덕분에 상상적 재미가 첨가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섹스 코드로 치장된 상황과 대화 내용의 즐거움은 앞서 말한 애비와 마이크라는 두 캐릭터가 흡입력 있게 이끌어 갑니다. 특히 여주인공 애비의 능동적 변화 과정은 큰 매력이죠. 정지샷 만으로는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던 애비 역의 캐서린 헤이글이란 배우, 영화에선 정말 매력 덩어리입니다. 체감적으로 은근하지만 자극적인 포인트를 갖는 (외설과 개그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영화의 섹스 코드는 심플하지만 도발적으로 표현된 영화의 포스터로 잘 대변기도 합니다.


쉴틈없이 유쾌한 전개 와중 중후반 부분에선 잠깐의 루즈함이 발생하긴 합니다만 과정 속 복선으로 이 잠깐의 루즈함의 이유를 관객 모두 알 수 있기에 그리 큰 문제는 되질 않습니다. 이 루즈함을 넘어 종반부엔 다시 영화 본연의 유쾌함과 갈등 해결의 흐뭇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까요. 다소 이야기가 웃음을 위한 의도에 딱딱 맞춰진 경향은 있지만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 자체의 선호도가 매우 떨어지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거추장스러운 것은 신경 끄고 가볍게 보는 순간의 즐거움과 유쾌함을 위해서라면 이 영화는 분명 만족스러운 웃음을 얻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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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글리 트루스 (The Ugly Truth, 2009) - 불편하지만 진실된 이야기 Trackback from 세상을 지배하다 2009/09/07 18:42

    지난 금요일 저녁 영화 '어글리 트루스'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레뷰 프론티어에 당첨되어 영화도 보고 레뷰수첩+색연필 콤보 선물도 받았네요. 금요일이기는 했지만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시사회를 찾아주셨더군요. 앞으로도 레뷰 프론티어에서 영화 시사회를 자주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 불편한 진실 Movie Info 어글리 트루스의 연출을 맡은 로버트 루케틱..

  • [영화,멜로] 공감가는 웃긴 러브스토리. 어글리 트루스 (The Ugly Truth, 2009) Trackback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0/07/30 00:42

    이미지출처 : paranpen.egloos.com 영화평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라 별 기대는 안하고 봤는데, 생각없이 웃을수 있는 영화였다. 남녀간의 관계와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주제라고 할까?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가장 공감하는건 누구를 좋아하는데 이유따윈 없다는거다. 또. 남자는 짐승이다. 여자는 내숭이다. 이런 말도 나왔는데. 때론 짐승도 야수도 될 수 있지만, 뭐 상황에 따라 변하는게 아닐까? 여자의 내숭은 파악이 잘..

  • S2day 2009/09/07 16:13 ADDR 수정/삭제 답글

    남자 하트가 불량한곳에 붙어있군요 ㅎㅎ;;

    • 기드 2009/09/08 20:09 수정/삭제

      넵. ㅎㅎ
      아주 발칙하죠 ㅋㅋ

  • 2009/09/07 21:40 ADDR 수정/삭제 답글

    제리 스프링거 쇼 같은거 진행중에 주먹질도 하든데요.

    • 기드 2009/09/08 20:09 수정/삭제

      음? 그건 무슨 쇼인가요..;;
      유명한 쇼인가.. ㅎㅎ

  • Leviathan 2009/09/11 03:35 ADDR 수정/삭제 답글

    리뷰하신걸 보니까 괜찮은 작품인거는 같은데...문제는 로멘틱 코미디를 극장가서 보기 좀 아깝더군요; 여자친구가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 기드 2009/09/11 10:41 수정/삭제

      겉보기로 남자끼리 극장에서 보기엔 좀 민망한 영화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남자만 득실댄다고 가정하고 보면 진짜 가식없는 걸죽한 웃음이 나올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