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 제작사들의 과제, 일본을 벗어나라

게임/이야기 2009/09/21 12:20
비디오 게임하면 대게 떠올리는 나라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일본입니다. 비록 게임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본 제작사들의 파워가 막강한 것은 아니지만 현세대의 비디오 게임기를 3등분하고 있는 Wii, XBOX360, PS3 중 Wii 는 닌텐도, PS3 는 소니의 제품으로 일본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소니를 여전히 일본 기업으로 봐야 하는가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MS 의 XBOX 가 등장하기 전에는 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게임기 시장은 일본의 판속에 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북미 비디오 게임 시장 성장 그래프

비디오 게임 시장은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산업이니 일본 제작사들은 과거부터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그 성장 과정의 단물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세계적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장은 북미 제작사들의 덩치와 배를 불려주었고 일본 제작사들은 비대해져가는 파이의 일부를 콩고물로 줏어 먹었다고 볼 수 있는데,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곳 또한 북미이니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랄까요.

다음은 SCEJ 부사장이 DICE Summit Asia 강연에서 제시한 일본 제작사들의 내수 의존도 현황입니다.
(기준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잘 모르겠으나 올해 강연 발표였으니 2008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코에이 91.8 % - 삼국지, 진 삼국무쌍, 진 전국무쌍
테크모 89.6 % - 닌자 가이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스퀘어 에닉스 86.6 % - 파이날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반다이 남코 76.8 % - 슈퍼 로봇 대전, 테일즈 오브, 철권, 괴혼
코나미 74.8 % - 메탈기어 솔리드, 위닝 일레븐
SCE Japan Studio 66.9 % - 이코, 완다와 거상, 파타퐁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제작사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내수 의존도 수치가 상당히 놀랍습니다. 코에이의 경우 거의 일본에서만 장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군요.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전세계 게임 웹진들이 술렁이는 스퀘어 에닉스 역시 크게 다를바는 없습니다. 이는 일본 게임 제작사들이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의외로 별 재미를 못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 게임 제작사 하면 우선 떠오르는 닌텐도를 포함한 몇몇 회사가 빠져있는데다 소니 PS 제품군 집계를 위주로 한 자료일테니 절대적 지표라 보긴 힘들지만 무시하기도 어렵죠.

현재의 비디오 게임 아이콘, GTA

과거의 비디오 게임 아이콘, 파이날 판타지


과거 PS1 나 PS2 초중반 시대만 하더라도 비디오 게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슈퍼 마리오나 파이날 판타지, 그란투리스모, 바이오 하자드 와 같은 이름들이었지만 지금은 GTA, 헤일로, 콜 오브 듀티, 갓 오브 워 같은 이름들입니다. (슈퍼 마리오야 뭐 여전히 떠오릅니다. 그것이 닌텐도의 무서움이자 저력)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시리즈 통틀어 전세계 몇천만장을 판매했다고 합니다만, 콜 오브 듀티 4 는 단편으로 천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발매를 앞두고 있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는 현재 예약 판매량만 백만장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의 패러다임이 일본에서 북미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죠. 그리고 북미와 유럽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일본 시장은 오히려 21세기 들어 침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본 게임 제작사들의 위기입니다.

SCEJ 부사장이 위 자료를 언급하며 주장한 것은, 일본 제작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지 못한체 일본 시장에서만 먹힐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존과 발전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걸림돌이라면 일본의 게임 소비자들은 그들만의 취향에서 벗어난 게임에 상당히 냉담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일본 게임 제작사들의 딜레마이긴 하지만 해외 시장에 적합한 캐릭터 디자인과 장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게이머들을 흔들고 있다는 러브 플러스, 일종의 일본 시장 전용 게임?

일본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위기이지만, 좀 떨어져 이를 바라보면 일본 게임 제작사들은 참 부러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침체기에 빠져있지만 게임 시장의 내수가 워낙 탄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니까요. 그 탄탄함이 일본 게임 제작사들의 저력이자 북미권 게임 제작사들이 일본 제작사들을 함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점이죠.  비디오 게임의 메카 일본이 무너질리는 없고, 선구자로써 가진 경험과 일본 제작사 특유의 참신함은 북미 제작사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이 됩니다. 이는 MS가 발을 동동구르며 어떻게든 일본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려 애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 제작사 특유의 저력이 폭주하고 있는 기업이 현재의 닌텐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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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량수 2009/09/21 16:17 ADDR 수정/삭제 답글

    기계는 일본이 손에 쥐고 있지만 그 소프트웨어를 미국쪽이 점령한 꼴이군요. ㅡㅡa

    항상 비디오 게임 하면 일본을 이야기 하고,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것만 봐왔던 지라 북미 출신의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보지 못하고 있었네요.

    더군다나 한국에서 유명한 게임들도 일본에서 유명한 게임들이 위주가 되다보니까 그리 생각하게 된 것일수도 있구요. ^^

    • 기드 2009/09/22 08:51 수정/삭제

      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이 더 크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더 깊숙히 침투해 있기도 하구요.

      반면 PC 게임으로 게임을 접한 유저 또한 많아서 북미의 콘솔 게임을 받아들이기도 수월한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90년대 일본 비디오 게임의 뿌리와 PC 게임의 뿌리가 공존하고 있다고 할까.. ^^;

  • 에스텔 2009/09/21 19:29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마도 일본의 경우 갈라파고스 현상때문에 쉽게 무너질래야 무너질수 없겠죠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점은 일본이 갈라파고스라혹은 자기들끼리의 리그라고는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상당히 일본식 게임이 "통(通)한다는게" 특이한거겠지요 북미게임이 유럽과 미주,오세아니아대륙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일본식 게임은 동북아시아에서 잘먹힌다는 재미있는 시장양분현상이 나오는거죠 ㅎㅎ 그야말로 아시아의 문화권VS서양문화권의 격돌이라고 할수 있을듯 하네요

    • 기드 2009/09/22 08:55 수정/삭제

      말씀하신 동북아시아권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보니 더 일본 비디오 게임 뿌리가 깊게 박혀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발전할대로 해버린 북미와 대비해보면 아직 제대로된 발전이 안된 지역이기도 하구요. 어쩌면 일본 비디오 게임의 잠재력이 동북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겠죠.

      헌데 일본 특유의 문화가 굳건한 일본과는달리 그 외 동북아시아권은 서서히 대세가 된 북미 게임들에게 뿌리를 빼앗길 수 있고 실제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일본 게임의 위기가 심각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 dd 2009/09/28 21:58 ADDR 수정/삭제 답글

    기드님의 글 항상 잘 보고 있씁니다. 근데 모던2 예판이 천만;; 현재 전세계 170만인데 오타 나신듯 합니다 ㅋㅋ;;;;

    • 기드 2009/09/29 10:33 수정/삭제

      오타는 아니고
      프리오더 기사를 볼때 제가 모던 워페어 천만장 넘겼다는걸
      프리오더 양으로 잠결에 착각했었나봅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이.. ;; (뭔가 너무 엄청나서 이상하긴 했었는데..)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너무 부끄럽네요. ㅡ.,ㅡ

  • Leviathan 2009/10/03 01:2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게임 시장에 있어 북미 시장 과 일본 시장이 나뉘어진 게 얼마 안되었다고 봅니다.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콘솔 시장에 있어서 북미 시장이란 것이 생겨난 것이 얼마 안되는 것이겠죠.

    사실, 일본 시장이나 미국 시장을 모두 강타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게임 자체가 일본 쪽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일본 시장이 폐쇄적으로 가고 있는 주요한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FF7 때 만큼의 충격을 일본이 북미 시장에 주지 못하자, 돈을 벌기 위해서 그래도 팔리는 자국 시장에 중심을 두고, 그렇기에 북미 시장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을 만들어내고...이런식의 악순환이 큰 원인이겠네요. 다만, 시장은 북미가 훨씬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본 게임들이 북미적 취향에 흡수되느냐 아니면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추출해내느냐가 주요 관건인거 같습니다.

    • 기드 2009/10/06 20:47 수정/삭제

      FF7 과 PS 는 분명 전세계적 충격이었죠.
      레비아탄님 말씀대로 그 이후 일본 제작사들이 FF7 에 버금가는 임팩트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것도 큰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시장의 크기에 눈을 뜬 북미 제작사들의 참여로 시장이 기울기 시작한 것이겠죠.